# 들어가며

본 글은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역할, 책임, 협력 관점에서 본 객체지향 (opens new window)의 챕터 5~7를 읽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5. 책임과 메시지

# 5-1. 자율적인 책임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객체다. 객체의 행동은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수신했기 때문이며 요청 처리를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한다.

앨리스 예화에서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을 요구할때 준수할 책임을 상세하게 나열할 수록 모자 장수 객체는 왕의 명령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자율적으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의 수준 역시 자율적이어야 한다.

# 5-2. 너무 추상적인 책임

너무 구체적인 책임도 문제이지만 협력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추상적인 책임도 문제이다. 책임은 협력에 참여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어떤 책임이 가장 적절한가는 설계 중인 협력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모호함이 객체지향 설계를 난해하면서도 매력적인 예술로 만드는 이유다.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객체가 어떻게(how)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what)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 5-3. 메시지와 메서드

하나의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객체에 접근한다. 메시지 전송 메커니즘은 객체가 다른 객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시지는 메시지 이름과 인자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증언하라(어제, 왕국))

메시지 수신 객체는 수신 후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메시지 처리 가능 여부는 객체가 해당 메시지에 해당하는 행동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메시지의 개념은 책임의 개념과 연결된다. 메시지 수신자는 메시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한다.

메시지 수신자가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메서드라고 한다. 어떤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된다. 메시지는 무엇이 실행되기를 바라는지만 명시하여 어떤 메서드를 선택할 것인지는 수신자의 결정에 좌우된다.

# 5-4. 다형성

다형성은 서로 다른 타입에 속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해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다형성을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 이상의 메서드 사이의 관계로 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다형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객체들이 동일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 송신자의 관점이다. 송신자 관점에서 메시지 수신자들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다형성은 송신자가 바라본 수신자들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객체들 사이에 대체 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형성은 수신자의 종류를 캡슐화하고, 대체 가능성을 이용해 설계를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객체지향 용어를 이용해 다형성을 표현하면 객체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로 낮춤으로써 달성된다.

다형성을 달성한 객체 간 통신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협력이 유연해진다. (메시지 수신자의 대체)
  2.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의 확장. (메시지 수신자마다 다른 행동을 하도록 구현 가능)
  3.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 할 수 있음)

# 5-5. What / Who 사이클

책임주도 설계의 핵심은 어떤 행위가 필요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이 행위를 수행할 객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What/Who 사이클이라고 한다.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위를(what)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에 누가(who) 그 행위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어떤 행위가 바로 메시지다.

책임주도 설계 관점에서는 어떤 객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와 관련된 행위를 수행할 것이라 가정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먼저 결정함으로써 객체 인터페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메시지를 통한 인터페이스 발견은 TDD를 이용해 객체를 설계할 때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메시지에 집중하면 송신자는 수신자가 어떤 객체인지 모르기 때문에 메시지를 잘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송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구현 스타일은 묻지 말고 시켜라 라고 불린다. 객체가 다른 객체의 상태를 묻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 5-6.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는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 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2.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3.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객체가 다른 객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메시지이기에, 객체 인터페이스는 대상자의 수신 가능한 메시지 목록으로 구성된다.

# 5-7. 공용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의 모든 부분을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인터페이스는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개된 인터페이스와 내부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감춰진 인터페이스로 구분된다. 외부에 공개된 인터페이스를 공용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객체지향 패러다임 안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상호작용 시에도 메시지를 통해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부 인터페이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인터페이스 구현에는 세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1. 좀 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 (객체 자율성 보장)
  2. 최소 인터페이스 (불필요 요소 제거)
  3. 인터페이스와 내부 구현에 차이

# 5-8. 구현

객체 외부를 공용 인터페이스라고 부르는 것 처럼 객체 내부는 구현이라고(implementation) 부른다. 객체의 상태는 객체에 포함되지만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구현에 해당한다. 객체의 메서드 역시 내부 구성 코드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구현에 해당한다.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는 것은 결국 객체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명확히 분리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역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객체 각각에 대한 이해가 아닌 증인이라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으로 갈무리하면 객체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객체지향의 용어로 객체 응집도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다음과 같은 효과들이 나타난다.

  1. 추상화
  2. 응집도가 높아진다
  3. 결합도가 낮아진다
  4. 캡슐화가 증진된다
  5.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명확히 분리된다
  6. 설계의 유연성과 재사용성이 향상된다. (변경에 대응이 쉬워진다.)

# 6. 객체 지도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은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능에 안정적인 구조를 종속시키는 형태이다. 반면 객체지향 개발 방법은 안정적인 구조에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능을 종속시키는 지도의 방법과 유사하다.

# 6-1.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성공적인 소프트웨어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징은 훌륭한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경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을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설계에 마련해 놓는 것이다.

# 6-2. 기능과 구조

객체지향 세계 구축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기능과 기능을 담을 안정적인 구조라는 재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기능과 구조 표현을 위한 두 가지 기법은 아래와 같다.

  1. 구조: 사용자나 이해관계자들이 도메인(domain)에 관해 생각하는 개념과 개념들 간의 관계로 표현한다.
  2. 기능: 사용자의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책임을 수행하는 시스템의 행위로 표현한다.

기능을 수집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법을 유스케이스 모델링이라고 하고, 구조를 수집하고 표현하기 위한 표현 기법을 도메인 모델링이라고 한다.

# 6-3. 도메인 모델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상 분야를 도메인이라고 한다. 도메인 모델에서 모델이란 대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대상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한 것이다.

도메인 모델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멘탈 모델(Mental Model)이다. 멘탈 모델이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 다른 사람, 환경, 자신이 상호작용하는 사물들에 대해 갖는 모형이다.

멘탈 모델은 사용자 모델, 디자인 모델, 시스템 이미지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사용자 모델: 사용자가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들
  2. 디자인 모델: 설계자가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개념
  3. 시스템 이미지: 최종 제품

시스템 이미지로 도출된 최종 모델은 이상적으로 볼때 사용자 모델과 디자인 모델이 일치된 형태여야 한다.

도메인 모델은 도메인에 대한 사용자 모델, 디자인 모델, 시스템 이미지를 포괄하도록 추상화한 소프트웨어 모델이다. 이러한 세 관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링 패러다임이 바로 객체지향이다.

소프트웨어 객체와 현실 객체 사이에는 의미적 차이, 표현적 차이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기에 현실의 객체를 추상화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은유를 통해 투영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사용자가 도메인에 대해 생각하는 개념들이다. 소프트웨어 객체 창조를 위해 도메인 모델을 은유해야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객체는 현실적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도메인 모델을 통해 표현되는 도메인 객체들을 은유해야 한다.

도메인에 대한 사용자의 관점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누구보다도 도메인의 본질적인 측면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변경이 적고 비교적 그 특성이 오랜 시간 유지된다.

# 6-4. 유스케이스

소프트웨어의 존재 이유는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제공할 기능을 기술한 정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기술하기 위한 기법으로 유스케이스가 있다.

훌륭한 기능 요구사항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진 사용자와 사용자의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련의 절차를 수행하는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시스템을 바라봐야 한다.

이처럼 사용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자와 시스템 간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흐름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을 유스케이스라고 한다.

유스케이스는 이해관계자들 중에서 일차 액터라 불리는 행위자의 요청에 대한 시스템의 응답으로서 다양한 조건하에 있는 시스템 행위를 서술한다. 사용자의 목표가 유스케이스의 핵심이다.

유스케이스 예시

  1. 유스케이스 명: 중도 해지 이자액을 계산한다.
  2. 일차 액터: 예금주
  3. 주요 성공 시나리오
    • 예금주가 정기예금 계좌 선택
    • 시스템이 계좌 정보를 보여줌
    • 예금주가 금일기준 예금을 해지할 경우 지급받을 수 있는 이자계산 요청
    • 이자계산 후 리턴
  4. 확장: 해지 일자를 다른 날짜로 선택 가능 (3-3번)

위의 예시를 통해 유스케이스의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알 수 있다.

  1. 유스케이스는 다이어그램이 아닌 텍스트이자 이야기이다.
  2. 유스케이스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아닌 여러 시나리오들의 집합이다.
  3. 유스케이스는 단순 기능 목록과 다르다. 유스케이스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능들을 묶어 시스템 기능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컨텍스트를 얻을 수 있다. (정기예금 계좌 선택과 해지)
  4. 유스케이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세부 정보를 포함하면 안된다. 사용자 관점에서 시스템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5. 유스케이스는 내부 설계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프로토콜로 구현)

# 6-5. 도메인 모델, 유스케이스, 책임주도 설계

변경에 유연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스케이스에 정리된 시스템 기능을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한 객체들의 책임으로 분배해야 한다.

객체들의 협력을 설계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더 작은 객체가 다른 객체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때 어떤 객체를 선택해야 할지 골라야 하는데 이때 도메인 모델이 사용된다.

이후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들을 구현하기 위해 클래스를 추가하고 속성과 함께 메서드를 구현한다. 유스케이스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기능을 정의하고 객체 간 안정적인 구조에 책임을 분배할 수 있도록 힌트를 제공한다.

# 7. 함께 모으기

객체지향 설계 안에는 세 가지 상호 연관된 관점이 존재한다.

  1. 개념 관점에서의 설계: 도메인 안에 존재하는 개념과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
  2. 명세 관점에서의 설계: 도메인에서 벗어나 객체들의 책임에 초점을 맞춘다. 객체의 인터페이스를 바라보게 된다.
  3. 구현 관점에서의 설계: 객체들이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동작을 코드로 작성

이들은 설계에 있어서 순서나 우선순위를 가지지 않으며 하나의 클래스를 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7-1. 커피 주문

메뉴가 네 가지인 카페가 있다. 아메리카노(1,500), 카푸치노(2,000), 카라멜 마키아또(2,500), 에스프레소(2,500).

손님과 바리스타, 메뉴판, 커피는 객체이다. 이들 객체간 협력관계는 아래와 같이 이루어진다.

43-1

협력 설계시에는 객체가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메시지 정의를 먼저하고, 그 후 적절한 객체를 선택하는 형태이다.

협력의 시작지점 메시지를 정의하면 "커피를 주문한다"가 될 것이다. 위의 메시지가 커피 주문은 손님 혼자 이루어질 수 없고 이때 메뉴판 객체가 협력관계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다.

메뉴판 객체가 협력에 합류하기 전, 손님 객체가 전송할 메시지를 먼저 정의한다. "주문을 위한 메뉴를 찾는다" 정도로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해당 메시지를 메뉴판에 전송한다. 메뉴판으로부터 메뉴를 받고 손님 객체는 "커피를 주문한다" 메시지를 전송해야 한다.

대상 객체는 바리스타가 될 것이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제조한다" 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전송하여 커피 객체를 생산하고 객체의 협력은 마무리된다.

# 7-2. 인터페이스 정리

구축된 협력관계 가운데 수신받을 메시지 목록을 정리하면 그것이 인터페이스가 된다. 협력관계는 런타임을 기준으로 동작을 정의하는 것이지만 인터페이스는 정적타입 기반으로 작성해야 하므로 구현 단계 이전에 public 공용 인터페이스로 선언해야 한다.

메뉴 객체는 메뉴 각 아이템을 속성으로 가져야 한다. 이때 객체 성격을 기준으로 메뉴 아이템을 보유해야 한다는 추론으로 코드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메뉴 객체가 메뉴 아이템을 조회한다는 메시지가 먼저 존재하고, 이후에 아이템 속성들을 내부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사고의 흐름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 Reference

  1.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역할, 책임, 협력 관점에서 본 객체지향 (opens new window)